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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대확산 시대: 환경·사회적 문제와 지속가능한 해법

AIStat 2025. 7. 11. 11:30

데이터센터 대확산 시대: 환경·사회적 문제와 지속가능한 해법

디지털 시대의 거점, 데이터센터의 양면성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AI 발전으로 데이터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 각지에 거대한 서버 창고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죠. 이들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로서 편리함과 혁신을 이끌지만, 동시에 막대한 에너지 소비환경 부하, 그리고 지역사회와의 갈등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집중 건설·운영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환경적·사회적 문제 현황을 살펴보고, 이어서 친환경 기술, 정책 및 기업 전략을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해보겠습니다.

폭발적인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증가

미국 아이오와주의 구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전경.

이러한 대규모 시설은 수십만 대의 서버를 돌리며 엄청난 전력을 소모합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이미 2022년 기준으로 인류 전기 사용량의 약 2%에 달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까지 이 수요가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마치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한 국가의 전력 소비가 추가되는 격으로, AI 연산 수요 증가에 따라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현재 전국 전력의 약 4%를 쓰고 있는데, 2030년경에는 그 비중이 9%까지 뛰어올라 현재의 두 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만큼 전력 인프라에 가하는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막대한 전력 소비는 곧 탄소 배출로 이어집니다. 화석연료 기반 전력이 사용되는 한, 데이터센터는 기후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데요. 최근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운영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약 3억3천만 톤에 이르러, 전 세계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를 차지합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데이터센터 확장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 추세인데, 구글은 최근 한 해 배출량이 37% 급증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30.9% 늘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아일랜드처럼 데이터센터가 밀집된 곳은 전국 전력의 5분의 1 이상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35%까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정부가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 증가는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전력 수급 안정성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추가 가스 발전소나 원전까지 거론되며 논란이 되고 있어, 저탄소 전력 확보와 효율 향상 없이는 지속가능한 디지털 성장도 어려울 것입니다.

냉각을 위한 물 사용과 지역 물 부족 위기

데이터센터는 수천 대의 서버가 내뿜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대량의 물을 소비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물을 증발시키는 냉각탑이나 수냉식 열교환기를 통해 서버실 온도를 낮추는데, 이때 필요한 물의 양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대형 데이터센터 한 곳에서 하루 100만~500만 갤런(약 380만~1,900만 리터)의 물을 냉각에 사용하며, 이는 약 1만~5만 명 규모 도시의 하루 물 소비량에 맞먹습니다. 예컨대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시에 들어선 메타(옛 페이스북)의 데이터센터 단지 5곳은 현재도 막대한 용수를 쓰고 있는데, 2026년까지 3곳이 추가 완공되면 메사의 총 물 사용량 중 80%에 해당하는 물을 이 8곳의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메사시 의원은 “가뭄이 계속되는 남서부에 데이터센터 증설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물 부족이 걱정됐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서남부 지역 4천만 명의 식수원인 콜로라도강은 20년 넘게 이어진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 현지 주민들은 데이터센터들의 물 사용이 가뜩이나 심각한 물 부족을 악화시킨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물 문제가 불거진 사례는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오리건주의 더 댈리스(The Dalles)에서는 구글 데이터센터 하나가 도시 전체 수돗물의 25%를 써버리고 있어 지역 언론과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뉴멕시코주에선 농부들이 메타 데이터센터 유치를 승인한 시 당국에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남미 우루과이의 경우 2023년 극심한 가뭄 속에 구글이 신규 데이터센터를 계획하면서 하루 760만 리터(약 200만 갤런)의 냉각수를 쓸 것으로 알려져 주민들이 “우리 식수가 부족해질 것”이라 반발했고, 결국 해당 프로젝트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칠레 산티아고 인근의 한 건조한 지역에서도 구글 데이터센터가 초당 169리터의 물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소식에 지역사회의 반대가 거세졌습니다. 이렇듯 데이터센터 냉각용 물 수요는 종종 물 부족 지역과 충돌하며, 지역 주민들에게 식수와 농업 용수에 대한 불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얻기 쉬운 햇볕 좋고 바람 강한 지역을 찾아 데이터센터를 짓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지역이 대개 강수량이 적은 사막 지대이다 보니 오히려 물 부족을 악화시키는 딜레마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2026년까지 데이터센터 물 사용 효율에 관한 최소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며, 물 부족 사태를 겪은 싱가포르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도 한때 데이터센터 신·증설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을 시행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지역사회와의 갈등 심화

데이터센터의 급증은 지역사회와의 마찰을 빚는 경우도 많습니다. 각국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 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효과를 기대하며 세제 혜택이나 부지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내걸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과의 사전 협의나 환경 영향 공개가 부족해 불신과 반발을 사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칠레, 네덜란드, 미국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한 물과 에너지 사용, 오염 위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주민들이 스스로 정보를 요청하고 조사에 나서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주장하는 친환경 데이터센터라는 말의 이면을 검증하는 일이 이제 지역 주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죠. 특히 개발도상국이나 지방 소도시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방정부의 주도로 밀어붙여지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정작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은 미미하고 정주 환경만 악화된다는 불만이 큽니다.

구체적인 갈등 양상을 보면, 소음·대기오염경관 훼손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수많은 서버를 식히는 냉각팬과 시설이 내는 소음이 생활환경에 영향을 주거나, 디젤 비상발전기를 시험 가동할 때 배출되는 매연 문제가 민원을 부르곤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 버지니아주 '데이터센터 골목'으로 불리는 지역에선 신규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끊임없는 저주파 소음과 밤낮없는 불빛으로 살기 힘들다”고 항의했고, 일부 카운티에서는 데이터센터 단지 인근 부동산 가격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네덜란드에선 마이크로소프트가 농지였던 부지에 거대 데이터센터를 짓자 주민들이 경관 파괴와 지하수 고갈을 이유로 들고일어났습니다. 아일랜드에서도 전력망 불안정과 탄소배출 증가를 이유로 시민단체들이 데이터센터 정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 장관은 “전력 수급에 문제가 없고 기후 한계 내에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만 허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지역사회에서 데이터센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데요, 일부 지역에선 “녹색 에너지를 데이터센터가 독차지해 정작 주민들은 깨끗한 전력을 못 쓰게 된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로 운영된다고 홍보하는 데이터센터일수록 오히려 지역의 한정된 청정전력을 대규모로 소비해버리면, 나머지 전력수요는 화석연료 발전으로 밀려나 에너지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직접 행동에 나서 변화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남미 칠레의 한 마을 세리요스(Cerrillos) 주민들은 수년간 시위와 협상을 벌여, 결국 구글이 해당 지역 데이터센터의 냉각 방식을 보다 물을 적게 쓰는 기술로 변경하도록 이끌어냈습니다. 이러한 성공담은 데이터센터 문제 해결에 지역의 참여와 감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지속가능한 데이터센터를 향한 기술 혁신

환경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술적 해결책을 도입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입니다. 업계와 연구자들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개발·적용하고 있습니다. 주요 대안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효율 냉각 기술 도입: 전통적인 공기냉각 대신 액체냉각(Liquid Cooling)이나 침지냉각(Immersion Cooling)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버를 특수 액체에 담가 열을 더 효과적으로 흡수하거나, 냉각수를 배관으로 직접 순환시키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수냉식 폐쇄형 루프 냉각은 물을 증발시키지 않고 순환 사용하기 때문에 냉각 효율을 높이면서 물 소비 “0”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물 한 방울 쓰지 않는 완전 폐쇄형 냉각 시스템을 선보이며, 2026년부터 미국 애리조나 등 물 부족 지역의 신규 데이터센터에 적용할 계획입니다. 이 시스템은 기계식 칩 수준 냉각으로 약간의 전력 추가 소모는 불가피하지만, 증발식 냉각을 없애 연간 수백만 리터의 물 절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자연 냉각(Free-Air Cooling) 기술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외기가 차가운 지역에서는 차갑고 건조한 바깥 공기를 서버실로 들여와 열을 식히는 방식으로, 북유럽이나 캐나다 등의 데이터센터가 이 방법을 활용해 냉각 전력물 소비를 모두 크게 줄이고 있습니다. 다만 기온이 높은 열대·사막 지역에서는 물을 쓰지 않는 공랭식이 전력 소모는 커도 물 절약에 유리하고, 온난 습윤기후 지역에서는 약간의 물을 쓰더라도 증발식 냉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편이 나은 등, 지역 환경에 맞는 냉각기술 선택이 중요합니다. 결국 열을 식히는 데 드는 에너지와 물 사이의 균형을 찾아, 냉각 효율 최적화수자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업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사업자들은 이미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대규모로 도입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발전소를 짓거나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은 2017년부터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운영에 사용한 전력량만큼의 재생에너지를 구매해왔고, 2030년까지는 24시간 100% 무탄소 전력(24/7 Carbon-Free Energy)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업들이 이처럼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전환하면, 데이터센터 운영 중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업계 전체로 보면 상당수 데이터센터 전력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화가 필요합니다. 추가로, 태양광·풍력은 간헐성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ESS)와의 연계도 중요합니다. 전력이 남는 낮 시간에 저장해두었다가 야간이나 피크 때 쓰는 등 데이터센터에 배터리 저장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런 저장 장치는 동시에 디젤 발전기를 대체해, 정전 시에도 깨끗한 백업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로 활용되며 탄소와 대기오염을 함께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 AI 및 소프트웨어를 통한 효율화: 데이터센터 운영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하면 에너지 절약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딥마인드(DeepMind)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데이터센터의 냉각 시스템을 실시간 제어해 냉각에 드는 에너지 소비를 40%까지 절감했고, 이를 통해 전체 전력사용량도 15% 줄이는 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AI는 사람보다 훨씬 세밀하게 수만 개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냉각설비의 온도, 압력, 공조 팬 속도를 최적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미 많은 선진 데이터센터들이 지능형 자동화 관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또한 AI를 활용하면 작업 부하를 예측해 서버 가동을 최적화함으로써 불필요한 전력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사용자가 몰리는 시간대를 예측해 그에 맞게 서버 클러스터를 미리 대비시키고, 한가한 시간에는 일부 서버를 다운(down)시켜 놓는 식입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적으로 가상화 기술을 활용해 한 대의 물리 서버에 여러 업무를 통합시킴으로써 서버 가동 대수를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AI 기반 효율화와 가상화 덕분에 오늘날 데이터센터들은 10년 전에 비해 같은 연산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훨씬 줄인 상태입니다. 다만 AI 연산 자체가 새로운 대형 전력 수요로 떠오르고 있어, 이를 상쇄할 더 과감한 효율 혁신이 지속적으로 요구됩니다.
  • 폐열 재활용 및 기타 친환경 설계: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폐열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유용하게 쓰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거대한 서버 팜은 일종의 열공장이나 마찬가지여서, 이 버려지는 열을 인근 지역 난방에 활용하면 에너지 선순환을 이룰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메타(Meta)는 덴마크 오덴세(Odense)에 있는 자사 데이터센터에 지역 난방 열 회수 시스템을 설치해, 서버에서 나온 열로 매년 100,000 MWh의 에너지를 회수, 최대 6,900가구에 난방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시도 ‘데이터센터 열 재활용 파크’를 조성해 도심 데이터센터들의 폐열을 모아 건물난방에 쓰고, 대신 데이터센터 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의 열 에너지를 순환시키면 지역 난방용 화석연료 소비를 대체하여 탄소 감축에 이바지하고, 지역 주민에게도 이익을 돌려주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데이터센터 업계는 물 재이용(재활용수로 냉각하거나 빗물 활용), 모듈형 그린 건축(고효율 단열재와 자연채광 적용) 등 다양한 친환경 설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냉각에 바닷물을 활용하는 수중 데이터센터 실험을 진행했고, 지하 동굴이나 북극에 데이터센터를 지어 자연 냉각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도도 이루어졌습니다. 폐기되는 IT장비를 수리·재사용하여 전자폐기물을 줄이고 순환경제를 도모하려는 노력 역시 지속가능성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이렇듯 기술 혁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환경 발자국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정책 및 기업 전략을 통한 지속가능한 전환

데이터센터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과 기업들의 책임 있는 전략도 필수적입니다. 세계 각국 정부와 업계는 보다 엄격한 기준과 협력적 노력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정부 정책 측면에서, 여러 나라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환경 효율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발효된 에너지효율지침(EED)을 통해 일정 규모(500kW) 이상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 연례 에너지 및 물 사용량 보고를 의무화했고,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5년부터는 업계에 권고될 효율성 기준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또 앞서 언급했듯 EU 집행위는 물 소비량 규제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환경성능 표준을 2026년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는데, 이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한 선제 조치로 평가됩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9년부터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를 중단한 뒤, 엄격한 에너지 효율(PUE) 기준 등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2022년에야 제한적으로 승인 재개를 할 정도로 강력한 관리 정책을 폈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도 전력망 과부하와 토지 이용 문제로 2019~2020년 한시적 모라토리엄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역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난개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일부 주(州)와 카운티가 토지용도 제한이나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통해 데이터센터의 입지와 밀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가 밀집된 북부 지역에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를 승인할 때 송전 인프라 영향평가를 요구하고, 수자원이 부족한 애리조나주는 데이터센터의 수자원 계획을 검토하도록 하는 등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전력망 보호, 수자원 관리, 지역균형 발전 측면에서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ESG 경영 전략도 중요한 축입니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앞다투어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표방하며 여러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3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배출보다 제거를 더), 물 포지티브(소비보다 재충원 더), 폐기물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고, 모든 신규 데이터센터를 이러한 목표 하에 설계·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밝혔고, 앞서 소개한 바처럼 냉각수 무사용 센터를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구글 역시 2030년까지 24/7 탄소무탄소에너지 데이터센터를 실현하겠다고 공표하고, 현재 일부 데이터센터에서는 지역 전력망의 60% 이상을 실시간 청정에너지로 운영하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이외에 페이스북(메타), 아마존, 애플 등도 모두 2030년 안팎으로 탄소중립 또는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내걸고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업계 전체의 협력 이니셔티브도 있는데, 유럽의 주요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모여 “기후중립 데이터센터 협약(Climate Neutral Data Centre Pact)”을 맺고 2030년까지 탄소중립물사용 효율 기준 (WUE 0.4 L/kWh 이하) 달성을 자율적으로 약속하였습니다. 이러한 자발적 협약은 규제에 앞서 업계 스스로 혁신을 다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현재 참여 기업들은 효율 향상과 친환경 전력 전환을 위한 투자 상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되는 움직임은 지역사회와의 상생 전략입니다. 기업들은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에 기여를 강화하기 위해 커뮤니티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입지 지역을 대상으로 “데이터센터 커뮤니티 서약”을 발표하여, 현지 교육·직업훈련 프로그램 지원, 지역 환경복원 사업 투자, 주민과의 소통 창구 마련 등을 약속했습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가 단순히 전기와 물만 소비하고 이익은 본사로 가져가는 폐쇄적 시설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입니다. 더 나아가 일부 기업은 데이터센터 관련 환경 데이터 투명성을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구글, 메타 등은 연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데이터센터별 전력원 구성과 물 사용량, 탄소배출량을 공개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사 데이터센터의 실시간 에너지 mix와 배출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러한 투명한 정보 공개는 이해관계자들이 감시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 스스로도 목표를 지키도록 압력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맺음말: 지속가능한 디지털 미래를 위해

데이터센터의 가파른 증가는 인류가 만들어 낸 거대한 디지털 발자국이자, 기후 위기 시대에 맞닥뜨린 환경적 부채입니다. ‘더 많은 계산’을 향한 질주를 멈출 수는 없지만, ‘더 현명한 계산’을 선택할 수는 있습니다.

  1. 기술 혁신은 생존 전략입니다. 액체·침지냉각, AI 기반 운영 최적화, 폐열 재활용은 이미 상용화된 해법입니다. 업계는 이를 조기에 표준화·규모화하고, 지역 기후 조건에 따라 최적의 냉각·전력·수자원 조합을 설계해야 합니다.
  2. 정책 거버넌스가 필수입니다. 정부는 전력·수자원·토지 한계를 고려한 입지 계획과 더불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물 사용량 및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해 기업 간 ‘녹색 경쟁’을 촉진해야 합니다.
  3. 기업의 ESG 책임은 선언을 넘어 실천이어야 합니다. 24/7 무탄소 전력, 물 포지티브 목표를 달성하려면 공급망 전체의 탈탄소화와 지역사회 상생 투자가 병행돼야 합니다. 투자자 역시 환경 성과를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합니다.
  4. 지역사회와 시민은 핵심 이해관계자입니다. 주민 참여형 의사결정, 실시간 환경 모니터링, 폐열·재생에너지 공유 모델 등을 통해 ‘데이터센터 – 지역’ 간 상호 이득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데이터센터의 미래는 기술, 정책, 시장, 시민사회가 함께 뛰는 팀 스포츠입니다. 우리가 지금 내리는 선택이 거대한 서버 창고의 열기와 빛을, 더 시원하고 깨끗한 지구를 밝히는 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디지털 경제의 엔진이 지속가능성의 엔진으로도 작동하도록, 모두가 한발 앞서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