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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행복을 높여주는가?

AIStat 2025. 7. 9. 21:59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행복을 높여주는가?

멈추지 않는 혁신: 발전을 위한 발전

현대 사회에서는 인공지능, 스마트폰, 가상화폐,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기술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국가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는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더 빠르고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려 합니다. 기술 발전의 속도는 그 자체가 목표가 된 듯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기술철학자 자크 엘륄(Jacques Ellul)은 현대 사회가 “진보 그 자체를 위한 진보”에 몰두하여 기술 발전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으며, 원래 기술 개발의 목적이었어야 할 인류의 안녕(행복 추구)은 어느새 효율성 추구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은 수단이 아니라 어느새 목적이 되어 버렸고, 모두가 앞다투어 하늘 높이 기술의 탑을 쌓아 올리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발전 자체를 위한 발전이 인류에게 얼마나 필요한지, 그리고 그 방향이 올바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인간의 행복도 과연 커지고 있을까요? 자칫하면 우리는 모두가 하늘만을 바라보며 탑을 쌓다가 결국 무너져버린다는 바벨탑의 교훈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됩니다.

기술 발전과 행복의 상관관계

기술은 분명 인류에게 많은 물질적 풍요와 편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전염병 예방, 수술 기술 향상, 위생 개선 등이 이루어지며 인간의 고통과 불편을 크게 줄인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부정적 혜택”(고통의 감소) 측면에서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현저히 개선해 왔습니다. 그러나 “고통의 감소”가 곧바로 “행복의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철학자 니콜라스 레셔(Nicholas Rescher)는 과학기술이 가져온 부의 증가와 삶의 편의가 반드시 주관적 행복의 증가로 연결되지 않음을 다양한 조사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예컨대, 미국의 전후(戰後) 생활수준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사람들이 스스로를 더 행복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눈에 띄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성장과 행복 사이의 이스털린의 역설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이후에는 더 이상의 경제·기술 발전이 행복 증진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냉장고, 자동차, 스마트폰 등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던 첨단 기기를 누리고 살아가지만, 행복감은 정체되어 있거나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보급은 역설적으로 정신적 행복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면도 관찰됩니다.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연결망은 분명 사람들을 즉각적으로 소통시켜 주지만, 과도한 사용은 외로움과 불안, 우울감을 증가시킨다는 심리학 연구들이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타인의 화려해 보이는 삶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24시간 울리는 알림과 정보 과부하로 인해 정신적 여유가 줄어드는 문제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요컨대 기술의 발전 ≠ 행복의 증가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양면적인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죠.

빠른 변화의 그늘: 일자리와 스트레스

기술 발전이 인류 전체의 행복에 기여하지 못한다는 느낌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개개인의 고충에서도 드러납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기존의 산업과 일자리가 뒤흔들리고, 많은 노동자들이 직무 재교육이나 실직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은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하지만, 전 세계 일자리의 약 50%가 이러한 자동화에 취약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중간 숙련직을 중심으로 기계로 대체될 위험이 높은 직업군이 존재하며, 실제 일부 산업에서는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지만, 전통 산업의 노동자들이 모든 변화를 따라가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문제는 기술 변화의 속도에 인간의 적응 속도가 따라가지 못할 때, 사회적 불안과 스트레스가 증폭된다는 점입니다. 직업 불안정,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압박감 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 건강 악화를 겪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용 불안과 기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우울증, 자살률, 약물 남용 등의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실제로 AI 시대에 일자리 상실을 걱정하는 불안은 상당하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의 수혜를 입는 집단과 그렇지 못한 집단 사이의 격차도 벌어지면서,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이 커지면 전체적인 행복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혁신: 양날의 검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의 폭발적 발전은 이러한 논의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AI 기술은 막대한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서비스를 약속하지만, 동시에 일자리 대체윤리적 위험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2022년 말 공개된 대규모 언어 모델 ChatGPT를 비롯한 초거대 AI들은 불과 몇 달 만에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그 개발 속도와 영향에 대한 통제 부족이 심각한 걱정을 낳았습니다. GPT-4 수준을 넘어서는 거대 AI 개발을 일시 중단하자는 공개 서한이 2023년 발표되었는데, 여기에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여러 전문가들이 동참했습니다. 이 서한은 최신 AI 연구가 통제 불가능한 경쟁 양상으로 치달아 인간조차 이해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디지털 마인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나아가 “기계가 거짓 정보로 우리의 여론을 뒤덮어버리는 것을 허용할 것인가? 모든 일자리를 자동화해도 좋은가? 인간을 능가하고 결국 우리를 대체할 비(非)인간 지능을 개발해야 하는가? 우리가 통제력을 잃어버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제기하며, 현재 방향의 AI 개발이 인류의 행복과 안정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기술 발전의 방향이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면 속도를 늦추어서라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뜻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개 서한은 강력한 AI는 그 영향이 확실히 긍정적이고 위험이 통제 가능하다고 입증될 때에만 개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AI 기술은 분명 의료 진단, 과학 연구, 생산성 향상 등 많은 분야에 기여할 잠재력이 있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 침해, 차별 강화, 잘못된 정보 확산, 자율성 상실인류의 삶의 질을 해칠 수 있는 요소들을 안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AI의 진정한 가치얼마나 인류 전체의 행복과 복지에 기여하느냐로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논의되는 것은 AI 개발에 대한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규제이며, AI의 속도를 “휴먼 페이스(human pace)”에 맞추어 사회가 적응할 시간을 가지자는 제안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최신 기술 사례: 정말 더 필요한 혁신일까?

오늘날 등장하는 여러 최신 기술들을 살펴보면, 과연 이 혁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짚어보겠습니다.

  • 스마트폰과 가전의 업그레이드 경쟁: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 시장은 점점 더 빠른 프로세서, 고화질 카메라, 첨단 기능을 내세우며 매년 신제품을 쏟아냅니다. 그러나 하드웨어 성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이후로는 체감되는 혁신이 미미해졌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로 프로세서 속도나 해상도는 이미 충분히 높아져서, 신제품의 향상이 사용자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스마트폰 혁신이 정체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며, 소비자들은 굳이 매년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새로운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교체 수요를 자극하고 있죠. 이러한 과열 경쟁자원 낭비와 전자 폐기물 증가로도 이어져 환경에 부담을 주고, 소비자들에게는 과소비 압박을 가중시키지만 정작 삶의 행복에는 큰 영향이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기술(블록체인)은 분산원장과 탈중앙화라는 혁신적 개념을 선보였으나, 현실에서의 모습은 투기 열풍과 거품, 그리고 환경 문제로 점철되었습니다. 2021년 가상화폐 시장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치솟았다가 폭락하는 등 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실제로 일반 대중에게 어떤 실질적 가치나 행복을 줬는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특히 비트코인 채굴 네트워크는 아르헨티나나 노르웨이 같은 한 국가에 필적할 정도의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며, 그로 인한 탄소 배출전자 폐기물 문제가 심각합니다. 익명성을 내세웠지만 각종 범죄와 투기에 악용되면서 사회적 비용도 발생했습니다. 결국 가상화폐 붐은 “기술 발전이 꼭 사회적 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례로 꼽히곤 합니다. 혁신적인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금융 분야 등에 응용 가능성이 있지만, 그 방향이 투기적 이익이 아니라 인류의 실질적 편익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합니다.

  •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자율주행 기술은 이론적으로 교통사고 감소, 교통 효율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게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의 실현은 기술적·사회적 난관에 부딪혀 있습니다. 도로 환경의 복잡성, 안전 기준 미비, 윤리적 판단 문제 등으로 인해 완전한 자율주행차는 아직 일상화되지 못했고, 그 사이에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되었습니다. 또한 자율주행차의 보급으로 버스·택시 기사나 트럭 운전사 등 운송 분야 일자리가 대거 사라질 우려가 있습니다. 한 연구는 자율주행차의 확산이 고용시장에 충격을 주어 새로운 종류의 사회적 소외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전기차의 경우 환경오염 감소라는 명분이 있지만, 배터리 원료 채굴과 폐기 문제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전환으로 부품 공급망의 구조 변화, 정비업 등 기존 산업의 축소 등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중교통 개선이나 도시 구조 조정 등의 대안적 접근 없이 무작정 신기술 도입만을 추구한다면, 이는 과연 최선의 발전 방향인지 논란이 있습니다.

  • 초고속 배송 서비스: 한국의 쿠팡(Coupang)이나 미국의 아마존처럼 당일배송·새벽배송 시스템은 소비자들에게 놀라운 편의를 주었지만, 그 이면에는 혹독한 노동 현실이 존재합니다. 물류센터와 배송기사들은 24시간 내내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며, 한국의 쿠팡에서는 과로로 인한 노동자 사망 사례까지 보고되었습니다. 실제로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릴 정도로 성공한 기업이지만, 그 성공이 노동 착취에 기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한 물류센터에서는 젊은 직원이 장시간 격무 끝에 숨진 사건에 대해 정부 기관이 과로와 업무 강도가 원인이라는 판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빠른 배송이라는 기술+서비스 혁신의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가지만, 그 부담은 노동자 개인의 희생으로 전가되는 현실인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고용 환경이나 노동자의 행복이 고려되지 않은 채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혁신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 수명 연장 기술: 의학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은 꾸준히 늘어왔고, 이제는 노화 자체를 극복하려는 수명 연장 연구도 활발합니다. 노화를 치료하거나 인간을 150세, 200세까지 살게 하겠다는 미래학자들의 주장도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시선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수명을 극단까지 늘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며, 죽음과 노화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철학적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명 연장 기술에 본능적인 거부감이나 윤리적 우려를 표하고 있고, 기술 혜택의 불평등 분배에 따른 사회 양극화 심화도 걱정합니다. 예컨대 아주 부유한 일부만이 노화를 막는 기술을 독점한다면, 부와 장수의 격차가 지금보다 훨씬 큰 계층 갈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명 연장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노년기 기간 연장이나 인구 과잉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에 삶이 의미 있다”는 철학적 통찰을 잃은 채, 무작정 수명만 늘리는 것이 행복에 기여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처럼 최신 기술들 중 상당수는 그 의의와 실익에 대해 의문이 제기됩니다. 기술 자체의 재미나 호기심, 또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개발이라는 측면이 강할 뿐, 정작 인간에게 꼭 필요한가는 물음에는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향하여

결국 과학기술의 발전이 반드시 인류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의 발전인가입니다. 기술 그 자체가 선도 악도 아니지만,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쓰이느냐에 따라 인류에 이로울 수도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무분별한 속도의 경쟁이나 효율성 극대화만을 좇는 발전환경 파괴, 사회 불평등, 정신 건강 악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기술을 행복으로 연결짓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까요?

첫째, 기술 발전의 궁극적 목표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GDP나 생산성 지표 대신, 인간의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발전의 척도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예컨대 부탄의 “국민행복지수(GNH)”처럼 경제 성장보다 국민 행복도를 정책 목표로 세우는 시도도 참고할 만합니다. 기술 개발도 단순히 “남들보다 앞선 신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도록 연구 방향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둘째, 윤리적·사회적 고려와 규제가 기술 개발 과정에 병행되어야 합니다. 인공지능의 사례처럼 강력한 새로운 기술에는 안전장치와 윤리 기준이 필수입니다. 기술 개발자, 정책입안자,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여 기술의 위험성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고,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며 혜택은 모두에게 공정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AI 개발에는 투명성, 공정성, 설명가능성 등의 원칙이 고려되어야 하고, 가상화폐나 플랫폼 비즈니스에도 사회적 책임을 묻는 제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기술의 속도 조절과 인간의 적응력 강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 사회가 충분히 학습하고 대비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빠르게 개발하고 보자는 식의 “혁신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충분한 시험과 토론을 거쳐 천천히 도입하는 “신중한 혁신”이 바람직합니다. 동시에 개인과 공동체는 평생교육 체계 등을 통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받아야 합니다. 이렇듯 인간의 삶의 속도와 기술의 속도를 조화시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는 끊임없는 변화에 피로감과 소외감만 쌓이게 될 것입니다.

넷째, 기술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기술이 줄 수 있는 행복과 빼앗아갈 수 있는 행복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편리함을 얻는 대신 잃는 것은 없는지(프라이버시, 여가, 건강 등), 새로운 서비스 출시로 기존 공동체나 문화가 훼손되지는 않는지 등을 사회적으로 토론해야 합니다. 기술 낙관주의도 기술 비관주의도 아닌, 근거와 균형에 기반한 비판적 수용 태도가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인간 본연의 행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궁극적인 행복은 물질적 풍요나 편리함만으로 충족되지 않으며, 심리적 만족, 사회적 연결, 자아실현, 의미 추구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행복은 기계에 프로그래밍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인간 내면에서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미래학자도 있습니다. 기술은 그 행복을 돕는 도구일 뿐, 목적 자체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합니다. 가령, AI 비서나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우리의 욕구를 알아서 채워주는 세상이 와도, 그것이 진정한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깨달음입니다. 우리가 기술에 인간의 행복을 위임해서는 안 되며, 기술의 주인으로서 주도권을 가져야 합니다.

맺음말: 바벨탑을 넘어서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 역사의 본능적인 행로였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 방향과 속도를 스스로 성찰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모두가 앞다투어 쌓아 올리는 기술의 탑이 바벨탑처럼 공허한 경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기술의 최종 목표가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에 있는 한, 과학기술은 인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잃고 발전 그 자체만을 추구한다면, 결국 모두가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쌓는 한 장 한 장의 벽돌이 미래 세대의 행복에 보탬이 될지 숙고해야 합니다. 하늘만을 향해 올라가는 탑이 아니라, 사람들이 발 딛고 살아갈 튼튼한 터전을 만드는 마음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발전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