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통계학의 핵심 이론과 한계
전통 통계학은 확률이론과 측도이론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고전적 통계학에서는 모집단과 표본의 개념 하에 모수적 모델(예: 정규분포, 선형회귀)이 주를 이루었으며, 최대가능도추정법, 최소제곱법, ANOVA, 신뢰구간 등 많은 핵심 기법들이 20세기 초에 확립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저차원·정형화된 데이터를 전제로 한다. 즉, 변수 개수가 적거나 표본 수가 충분히 많아야 하고, 데이터의 분포나 상관구조에 대해 강한 가정을 요구한다. 고차원 데이터나 비정형 데이터(이미지·텍스트 등)에서는 차원의 저주와 복잡한 구조 때문에 전통적 방법의 적용이 곤란하다. 특히 이미지나 텍스트 같은 비정형 자료는 데이터의 의미와 구조를 단일한 확률분포로 표현하기 어렵고, 수치화 과정에서 의미 손실이 발생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어 텍스트를 분석할 때 단어 빈도행렬 등으로 변환하면 원래의 언어적 의미가 왜곡되어 버리므로, 이 정보를 패턴 추출을 위한 기능(feature)으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처럼 전통 통계학은 체계적 추론의 강점을 지니지만, 비정형 데이터의 고차원·비유클리드 구조를 직접 다루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비정형 데이터의 특성과 분석상의 도전
- 이미지(Image): 이미지 데이터는 픽셀들로 이루어진 그리드(grid) 형태이며, 공간적 상관(spatial correlation)과 물체의 기하학적 구조를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수십만 ~ 수백만 차원의 픽셀값으로 표현되므로 고차원 문제와 잡음, 해상도 문제에 직면한다. 또한 빛, 시점 변화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 텍스트(Text): 텍스트는 이산적인 단어의 연속으로, 문법적·의미적 구조를 가진다. 텍스트 자체는 비정형(자연어) 자료로 분류되며, 수치적 분석을 위해 형태소 분석, 토큰화, 벡터화(예: TF-IDF, 임베딩)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의미나 문맥이 일부 소실되기 쉽다. 예를 들어, 텍스트를 데이터로 처리하면 원본 텍스트의 즉각적인 해석 가능성이 파괴되지만, 더 큰 목적(대규모 패턴 추론)을 위해 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 오디오(Audio): 오디오 데이터는 시간에 따른 연속 파형(signal)으로 이루어지며, 주파수 특성과 시간-주파수 복합 구조를 가진다. 샘플링에 의해 연속 신호를 이산화하지만, 여전히 고밀도 시계열 데이터로 간주된다. 잡음(noise), 에코, 발화자 특징 등이 복합되어 있어 모델링이 어렵다.
- 비디오(Video): 비디오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일련의 이미지로, 시간 축과 공간 축 모두에서 복잡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영상 내 객체의 움직임, 장면 전환, 3차원 구조 등이 모두 통계 분석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는 고차원·비정형·구조적 특징 때문에 전통적 통계 기법으로 바로 다루기 어렵다. 예를 들어, 이미지의 픽셀 데이터를 단순히 행렬로 처리하면 그저 ‘수치 정보’일 뿐 원 이미지의 패턴이나 의미를 담아내지 못한다. 텍스트의 경우도 단어 빈도 같은 특징(feature) 추출 과정에서 상당한 정보 파괴가 일어나며, 이는 궁극적으로 모델이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의 표현력을 제한한다. 게다가 비정형 데이터는 관측 메타정보의 결손, 정렬 문제, 이질적 소스 통합 등의 추가적인 어려움을 동반하며, 불확실성, 편향, 결측 등이 쉽게 발생한다. 따라서 전통 통계학 이론만으로는 이러한 데이터의 복잡성을 충분히 모델링하거나 추론하기 힘들다.
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위한 통계학 이론의 확장 흐름
비정형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 통계학에서는 기존 이론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틀을 도입해 왔다. 주요 흐름은 다음과 같다.
- 베이지안 확장 및 비모수적 모델: 베이지안 접근법은 비정형 데이터에 유연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베이지안 비모수(Bayesian nonparametrics) 모델(디리클레 과정, 가우시안 과정 등)은 모델의 복잡도를 데이터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실제로 Moraffah(2024) 등은 “베이지안 비모수 모델은 다양한 데이터셋의 복잡성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모델 선택 틀을 제공”한다고 밝히며, 딥러닝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고정된 차원 공간과 많은 레이블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딥러닝과 달리, 베이지안 비모수 모델은 무한 차원 매개변수 공간을 이용하여 데이터의 복잡한 구조를 포착하고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또 베이지안 방법론은 계층적 모델(hierarchical model)이나 잠재변수 모델로 확장되어, 텍스트(잠재 디리클레 할당 모델)나 신호(숨은 마코프 모델) 등의 비정형 구조를 설명하는 데도 활용된다.
- 정보이론 기반 모델링: 정보이론 개념(엔트로피, 상호정보량, KL 발산 등)은 비정형 데이터의 특성 파악과 모델 선택에 응용된다. 예를 들어, 확률모델 간의 KL 발산을 최소화하는 관점에서 추정하며, 변분추론(Variational Inference)은 정보 이론적 근거에서 발전했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이나 변이오토인코더(VAE) 등 딥러닝 기반 생성모델도 근본적으로는 확률분포나 정보이론 원리에 기반한다. 또한 최소설명길이(MDL) 원리, 정보 병목(Information Bottleneck) 방법 등은 데이터 압축과 표현 학습에 적용되어 텍스트나 이미지의 내재된 정보를 평가하는 데 활용된다.
- 함수형 자료분석(Functional Data Analysis, FDA): FDA는 연속적인 곡선 또는 함수 형태의 관측치를 분석하는 통계학적 프레임워크로, 고차원 이미지나 시계열 데이터를 다룰 때 유용하다. Gertheiss 등(2023)은 “FDA는 곡선, 이미지 또는 고차원 도메인상의 함수를 관측치로 활용하며, 데이터의 무한차원·고차원성 때문에 추가적 어려움이 따른다”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이미지 분석에서 각 픽셀을 이산화된 함수 관측으로 보고, 기하학적 형태와 위상적 변이를 고려하는 새로운 통계 기법이 제안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 요약통계에 의존하던 과거 방법을 넘어, 모든 픽셀 정보를 활용하여 객체의 연속적 구조와 변이를 분석할 수 있다. (참고: 일부 연구자들은 딥러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이미지에 FDA 개념을 도입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 고차원 통계학: 비정형 데이터는 보통 차원(dimensionality)이 매우 높아 전통적 통계 방법의 가정이 깨진다. 이에 따라 LASSO, 그래픽 라쏘, 차원 축소 기법(PCA, 임베딩) 등이 개발되었다. 고차원 상황에서의 추정이론도 활발히 연구되어, 변수 선택(variate selection)과 희소성(sparsity)을 전제한 모델에서의 일관성 연구가 진행되었다. 고차원 통계학은 단순히 차원을 줄이는 기술을 넘어, 랜덤 행렬 이론이나 수학적 근거를 활용해 수많은 특성 중 유의미한 구조를 찾아내는 데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이미지 픽셀이나 오디오 신호의 스펙트럼을 행렬로 모델링하고 행렬 분해 이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 기타 확장적 기법: 이 외에도 재래식 통계학 개념을 비정형 데이터에 적용하기 위해 커널 방법(Kernel methods), 그래픽 모델(Graphical models), 토폴로지 데이터 분석(Topological Data Analysis) 등이 활용된다. 예를 들어 커널 기반의 분류/회귀는 데이터의 비선형 특징을 암묵적으로 반영하며, 그래프 정리는 SNS나 웹 구조 분석에 이용된다.
통계학과 타 분야의 융합 및 통섭 사례
비정형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통계학은 머신러닝·딥러닝·자연어처리(NLP)·신호처리 등의 기술과 결합해 왔다. 특히 데이터 과학 분야에서는 통계와 기계학습/AI가 상호 보완적임이 강조된다. 예를 들어 Kirch 등(2025)은 “ML과 AI의 많은 접근법과 알고리즘은 통계학적 원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통계학은 ML/AI 발전을 위한 이론적 기반과 방법론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 머신러닝과 딥러닝 통합: 전통적 통계모델(예: 선형/로지스틱 회귀, 혼합효과모델)과 머신러닝은 목표와 방법이 겹친다. 예를 들어 회귀/분류 문제는 통계학에서도 오래 연구되었으나, 딥러닝에서는 신경망을 통해 비선형성을 폭넓게 모델링한다. 현재는 두 분야의 융합으로, 통계적 해석가능성·불확실성 추론과 딥러닝의 표현력 간의 상생이 시도된다. 예컨대 베이지안 신경망이나 불확실성 추정 연구는 통계적 추론 틀을 딥러닝에 도입하는 노력이다.
- 자연어처리(NLP): 통계학은 초기부터 언어 모델링(예: n-그램, 히든 마코프 모델, 토픽 모델(LDA) 등)에 기반을 제공했으며, 최근에는 워드 임베딩이나 트랜스포머 같은 딥러닝 기법에도 통계적 해석이 더해진다. 텍스트 마이닝 분야에서는 통계적 방법으로 텍스트 특징을 추출한 후 클러스터링·분류·추론을 수행한다. 한 예로 Kirch 등(2025)의 사례에서, NIH/NCBI의 유전자 발현 데이터베이스(GEO)의 메타데이터는 자유형 텍스트로 저장되어 있어 통계적 이용이 어려웠으나,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통해 구조화된 속성으로 변환하여 검색 가능하게 개선되었다. 이처럼 전통 통계와 NLP 기법의 결합은 비정형 메타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했다.
- 신호처리(Signal Processing): 신호처리 분야는 주로 푸리에 해석, 필터링, 스펙트럼 분석 등으로 발전했으나, 통계학적 신호처리에서는 확률적 시계열 모델(ARIMA, 칼만 필터 등)과 머신러닝을 결합한다. 예를 들어 칼만 필터는 선형 상태공간 모델에 기반한 베이지안 추정 방법이며, 최근에는 딥러닝 모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필터링 기법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주파수 도메인에서의 특징 추출(PCA, 웨이브릿 등)과 통계적 추정이 결합되어 고해상도 신호 분류나 이상탐지에 활용된다.
- 기타 융합 사례: 통계학에서는 인과추론(Causal Inference), 최적화, 그래픽 모델 등 다양한 분야와도 융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래프 기반 모델은 소셜 네트워크나 뇌 신호 분석 등에 응용되며, 통계적 네트워크 이론과 머신러닝을 연결한다. 딥러닝 해석을 위해 통계적 영향도 분석이나 회귀기법이 도입되기도 한다.
이처럼 통계학과 타 분야는 상호 보완적이다. 통계학자는 이론적 보증과 불확실성 정량화를 제공하고, 컴퓨터 과학자/기계 학습 전문가들은 확장 가능한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실제로 Kirch 등(2025) 워크숍에서는 통계의 수리적 강점(가설검정·불확실성 정량화)과 기계학습의 탐색적·계산적 방법을 결합하여 공동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수학적 기초 및 통계적 추리체계의 변화
비정형 데이터 시대에는 통계학의 수학적 기반과 추론 프레임워크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 통계학이 확률공간 및 표본분포 기반 추론에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함수해석학·기하학·정보이론 등 새로운 수학 도구가 활용된다. 예를 들어 이미 언급한 함수형 자료분석에서는 함수공간(Hilbert 공간) 이론이 이용되며, 커널 방법은 재생핵 함수 공간(RKHS) 개념을 이용한다. 또한 “측도론적 머신러닝 이론”처럼 통계적 가정을 배제하고 문제 인스턴스 자체를 분석하는 시도도 있다. Kawaguchi 등(2019)은 데이터셋을 확률변수 집합이 아닌 측도 공간의 단일 실현으로 보고 일반화 성능을 분석하는 ‘해석적 학습 이론’을 제안했다. 이는 전통적 통계학의 확률·샘플링 가정보다 더 일반화된 관점이다.
추론 기법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다. 부트스트랩·재표집법, 순열검정(permutation test), 교차검증 등 컴퓨팅 기반 방법이 일반화되었으며, 컨포멀 예측(conformal prediction) 같은 분포 비모수적 불확실성 추정도 등장했다. 베이지안 추론과 빈도주의 추론의 경계도 유연해져, 베이지안 비율검정이나 Empirical Bayes, 합성 함수 추정 등의 기법이 활발히 연구된다. 한편, 딥러닝 모델에 대해선 표준적인 통계적 불확실성 추정이 어려워, 드롭아웃 불확실성, 수치적 최적화 이론 등이 간접적으로 사용된다.
요컨대 전통적인 ‘모수적 추론’ 체계에서 벗어나 비모수적·알고리즘적 접근과 다양한 수리적 도구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측도론적, 위상수학적, 정보기하학적 아이디어가 점차 통계 모델의 이론적 기반에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고차원·비정형 데이터의 복잡성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향후 연구 방향 및 통계학 이론의 과제
향후 통계학은 비정형 데이터를 비롯한 복합 데이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Kirch 등(2025) 워크숍에서는 통계학이 데이터 과학 분야에 기여하기 위해 수리적 기반을 강화하고 형식적 모델링, 불확실성 정량화, 인과추론, 결측·편향 처리 등의 강점을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통계학 고유의 수리적 초점(정리·수렴성·검정력 분석 등)은 머신러닝의 블랙박스 모델에 이론적 해석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연계된 분야의 발전에 발맞춰 통계학도 공평성(fairness)·재현성·프라이버시 보호 같은 윤리적 이슈를 연구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구체적 연구 방향으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 심층학습의 이론화: 딥러닝 모델의 일반화 이론, 최적화 과정 해석 등 아직 불완전한 이론을 확립해야 한다. (예: 왜 과대적합 없이 학습하는지 설명)
- 다중 모달 융합 통계: 이미지·텍스트·오디오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데이터를 동시에 통합 분석하는 통계 모델(예: 다중 뷰 추정, 딥 페어링 등)을 개발한다.
- 비유클리드 데이터 분석: 그래프, 다양체(manifold) 등 비유클리드 데이터에 대한 통계적 이론(예: 그래픽 딥러닝의 기반 이론, 맨폴드 학습 이론)을 강화한다.
- 실시간 스트리밍 데이터 처리: 빠른 속도로 유입되는 대규모 데이터에 적합한 온라인 추론 기법과 점진적 학습 방법을 확립한다.
- 설명가능한 AI(XAI)와 통계: 모델의 설명성과 신뢰성, 불확실성 표현을 통계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인과관계 추론과 결합된 해석 가능한 학습 모델 연구를 수행한다.
이와 같은 미래 연구 과제들은 통계학의 전통적 강점인 이론적 보장과 체계적 추론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실용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함을 의미한다. 전통적 통계학에서 출발하여 비정형 데이터 시대의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서로 다른 학문 간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통계이론의 지평을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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